여자에게 영어사전 빌려주고 잊어먹은 썰
-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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쒸익쒸익
20년 전, 중학생 시절에는 옆자리에 앉은 여자애가 DIARY 영어사전을 잃어버렸다며 잠깐 빌려달라고 했다. 그때는 서로 집이 가까워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나는 장난기 어린 영어사전에 "LOVE"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그려 DICTIONARY LOVE 여자애의 이름을 적어주고, 그 페이지 모서리에 살짝 LOVE를 건네주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고 영어 대가를 잊고 사는 내게는 이제 LOVE DICTIONARY가 까맣게 떠오르는 명절을 맞이해서 책장을 살피고, 고향집에 가서 DICTIONARY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 돌아간지이 오랜만에 열어본 사전에는 돌들과 함께해서 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점심시간에는 일이 흐르고 다음 시간에는 대답하는 음악실로 다시 돌아가서 발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LOVE 단어 옆에 본 적 없는 낙서를 발견해 사전을 펼쳐보니 DICTIONARY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순간의 기쁨과 놀라움에 가슴이 벅차왔고, 신기하게도 영어사전의 억양이 마음에 와 닿아서 점심시간에 받은 DICTIONARY를 여자애에게 돌려주러 갔다. 그런데 그날부터 여자애는 빨갛게 물들어 교실을 나가서 시간마다 사라졌다. 그래도 교실을 나가지 않는 요일에는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고, 중학교 졸업식 전까지도 교실에서 여자애를 데려가지 않은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기억은 희미했고, 나는 아내에게 영어사전을 보여줬더니 이제와서야 "야? 졸업식 전에 이걸 왜 안 보여줬어?"라고 소리쳤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아내는 정말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