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내가 잠깐 정신이 돌아오자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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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잠깐 맑아 보일 때의 작은 의식은, 늘 그렇듯 우리의 일상을 느리게 흔든다. 오늘은 그 맑아짐이 부엌의 냄비 뚜껑에 달려 있는 듯하다. 미역국을 끓이는 소리가 생일의 축하를 대신하는 자리라면, 이 가족은 조용히 그 전통을 불러낸다. 냄비에서 피어나는 수증기가 시간의 두께를 낮춰 주는 듯, 웃음과 눈물이 섞인 한숨이 함께 올라온다.
미역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례다. 예전 어른들의 취향이 남아 있어, 오늘도 기름 없이 끓여 달래듯 조리법이 다정하게 남아 있다. 간장과 마늘의 간단한 조합이 비밀 레시피처럼 전해지며, 시어머니가 싫어하는 기름기는 오늘도 배제된다. 옛 어른들의 작은 속삭임 같은 얘기가 불현듯 떠올라, 이 국의 질감이 손길의 기억을 닮아 간다.
현재의 분위기는 기억의 조각들을 재배치하려 애쓰는 가족의 미묘한 합주 같다. 아내의 한마디 한마디가 어쩌다 과거의 축하와 겹치고, 생일이라는 단어가 미역국의 뜨거움 아래에서 새롭게 해석된다. 누군가에겐 그저 음식이었을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는 감사의 표시가 된다. 이 작은 국그릇 하나가, 잊고 있던 가족의 연결고리를 다시 끌어당기는 힘을 보여 준다.
살짝은 달콤하고, 살짝은 무게 있는 이 이야기의 결론은 아직 없다. 우리는 오늘의 냄비를 들여다보며, 기억의 방향을 예측하기보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생일의 미역국이 삶의 작은 화약고처럼 마음의 온도를 올려주지만, 결국 남는 여운은 어떤 쪽의 눈물로도 달래지지 않는다. 당신의 주위에도 비슷한 냄비가 숨 쉬고 있지 않을까, 이 작은 이슈는 바로 그런 질문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