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 나타난 외계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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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르는 역사 이야기로 핫한 건 역시나 '조선시대 외계인' 논란이다. 기록이 남아 있진 않지만, 한 편의 옛 문헌 조각이 우리를 한참 들쑥날쭉하게 만든다. 하늘에서 거대한 솥 모양의 모자를 쓴 채 내려온 존재가 얼굴을 모자 아래 숨겼다고 한다. 얼굴이 가려진 그 존재를 두고 사람들은 '단피몽두'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건 과연 신화일까, 아니면 당시 사람들의 풍년 예고에 대한 호기심의 산물일까?
배경은 성종 시절, 전라도 보성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주인공은 박석로라는 현지인으로, 하늘에서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키의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그 남자는 얼굴을 모자에 가렸고, 주막에서 밥과 막걸리를 얻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그는 '올해는 풍년이 들 것'이라고 예언했고, 나중에 솥 모양의 모자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의금부의 조사 기록은 성종실록에 짧게 남아 있다.
현대의 독자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까? 일부는 이 이야기를 풍년 예언의 은유로 본다. 다른 쪽은 이국에서 온 방문객과의 만남이 남긴 기록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SNS에선 '솥 모자 외계인' 밈이 퍼지며, 보성의 주막이 우주 맛집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우리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상상하고 어떤 사회적 맥락을 읽어내느냐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오늘날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고전 신화가 아니라, 이웃과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작은 실험처럼 느껴진다. 얼마나 낯선 풍경도 맛있게 포섭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겠지. 솥 모자를 쓴 하늘 손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름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여러분이라면 이 전설을 누가 어디서 어떻게 들려주고 싶은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